디자인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어 왔지만, 테크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이후 그 중요성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디자인은 단순히 ‘예쁜 것’이 아니라 제품/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로, 때에 따라서는 회사 자체를 정의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애플, 국내에서는 현대카드가 좋은 예가 아닐까)
하지만 이런 회사, 브랜드, 제품/서비스들이 찬양을 받는 이유가 있다. 바로 우리가 못난 디자인에 둘러싸여 하루하루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 숲이나 숨 막힐 정도로 빽빽한 상가의 간판들. 이것들이 이상한가? 라는 질문이 어색할 만큼 우리는 못난 디자인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좋은 디자인은 무엇일까?
좋은 디자인을 정의하는 방법은 주관적이다. 누군가는 좋은 디자인의 요소로 혁신을 , 다른 누군가는 실용성을, 어떤 사람은 아름다움을 혹은 친환경적인 것을, 혹자는 위 사진처럼 모든 것이 다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을 이해하는 방식은 오랜 세월 동안 더 깊어지고 섬세해졌다. ‘예쁜 형태’를 만듦에서 ‘문제해결’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변해왔고, 소프트웨어 붐과 함께 좋은 디자인은 ‘쉬운 사용성’의 동의어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방법으로 정의되어온 디자인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1. 디자인 = 형태 (Design = Form)
‘디자인 = 아름다움’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멋진 자동차, 예쁜 옷 등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 집중하는 이해 방식이다. 아름다운 디자인은 여전히 디자인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기에 많은 사람에게 가장 친숙한 접근이 아닐까 싶다.
2. 디자인 = 기능 (Design = Function)
하지만 디자인을 단순히 아름답게 만드는 것 정도로 이해하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다. 우리는 디자인을 전자에 국한하지 않고 쉬운 사용성 혹은 유용함의 정도로 판단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3. 디자인 = 브랜드 (Design = Brand)
어떤 제품, 서비스, 혹은 회사가 형태와 기능이 동시에 뛰어난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때, 이는 곧 브랜드가 된다. 또한 단순한 브랜드를 넘어서 소비자가 사랑하는 브랜드가 된다. 심지어 소비자는 브랜드를 본인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할리 데이비슨의 열혈팬들이 문신을 새기는 사례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온 것 아닌가.
4. 디자인 = 경험 (Design = Experience)
오늘날은 이 단계까지만 진입해도 훌륭한 회사로 인식되는 것 같다. 경험이라는 것 역시 주관적이기에 이를 충족시킬 마법의 공식은 없다. 단순히 예쁜, 기능에 충실한, 사랑받는 브랜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브라운사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의혹이 있는 애플사가 그래도 표절 시비로부터 조금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외양만 비슷한 제품을 만들지 않고 Experience 단계로 승화시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5. Design Thinking = Problem solving
디자인 씽킹 역시 20년이 넘은 개념이지만 지난 몇 년간 더욱 관심이 조명되었다. 디자인을 단순히 위의 정의들로만 국한 시키는 것이 아니라 비지니스와 연결시킨 개념이 아닌가 싶다. 과거 데이터나 리서치를 통한 소비자들의 행동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소비자, 비지니스, 기술의 접점을 찾아 혁신을 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다.
5+1. 디자인, 결국 감성적인 충족
이렇게 디자인을 정의하는 방법은 많고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디자인을 감성적인 시각으로 대할 수도, 이성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The essential difference between emotion and reason is that emotion leads to action while reason leads to conclusions. – Donald Caine
하지만 좋은 디자인은 결국 감성적인 부분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Donal Caine의 말처럼 감성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구매’와 같은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결국 상업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마련이다. 따라서 미래에도 디자인이 감성적인 부분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한 기계가 가지는 감성적인 영역에서의 한계를 생각해보더라도 여전히 사람이 관여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생각해보게 되는 점은 있기 마련이다. 요즘 4차 산업혁명, AI 등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하는 와중에, 이러한 변화 속에서 디자인, 혹은 디자이너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과연 어디일까?
원문: 최종원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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