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술 디자인 이야기

뉴욕 10년차 디자이너가 일하는 법


※ 시카고에서 디자인 학교를 졸업 후 삼성, 니콜로디엄, 시티뱅크 등에서 많은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현재는 스마트홈 분야의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뉴욕 10년 차 디자이너 라이언님께 일하는 법에 대해서 여쭈어봤습니다.

첫 번째는 살벌한 뉴욕 한복판에서 한 회사의 디자인팀을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 생생한 꿀팁을 들었습니다.

 

뉴욕 10년차 디자이너가 일하는 법

미국에서는 비주얼 디자이너, UX 디자이너, UI 디자이너, Product 디자이너 등 여러 가지 롤이 존재하지만, 롤 간의 경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회사마다 물론 아주 다르지만). Job이 많아진 만큼 디자이너의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치도 많이 높아졌고, 한 가지만 할 수 있는 디자이너보다는 전체 프로세스에 기여할 수 있는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점점 많은 회사들이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찾고 있다.

 

Q1.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A. 프로세스 자체는 어디를 가도 비슷할 것이다. 데이터 또는 UX리서치 결과를 보고 가설을 세운 뒤 아이데이션과 와이어프레임 과정을 거쳐 디자인하고 개발하고 또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Iteration프로세스 말이다.

이런 가설은 대체 왜 나온 거야?

이렇게 근본적인 질문도 던지는 과정이 중요하다. 질문을 잘 던지기 위해서는 생각을 논리적으로 글로 풀어내는 과정이 도움이 된다. 해결하려는 문제, 현 상황,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유저관점에서 잘 써 내려가는 능력이 있으면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고 팀원들과 소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보통 프로덕트에 관해서 생각해야 할 질문들은 아래와 같다.

  1. Objective
  2. Problem
  3. Assumption
  4. Question to be answered

 

Q2. 미국에서 일하는 문화는 어떤가요?

A.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현재 회사는 저돌적으로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물어보는 분위기가 있다. 문제가 생기거나 프로젝트 진행이 막히는 경우 소극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솔루션을 찾기 위해서 빠른 액션을 취하는 편이다.

물론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이런 문화가 형성되어있을 수도 있다. 의사결정도 기본적으로 토론과 설득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편이고, 의사결정권자라고 해서 무조건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과 설득과정을 거쳐서 결정이 도출되는 편이다.

 

Q3. 좋은 디자인 문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좋은 프로덕트가 나오기 위해서는 협업문화가 잘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협업문화가 정착하려면 팀원 간의 존중이 꼭 필요하다. 서로의 분야에 대해 존중하고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어야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회사에서 일하느냐 보다 어떤 사람들이랑 일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협업문화가 수직적인 관계 때문에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기껏 구성원들이 열심히 리서치해서 인사이트 뽑아놓으면 윗선에서 한마디 걸치거나 방향을 수정하니 좋은 프로덕트가 나오기 힘들다. 미국이라고 무조건 수평적인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상사가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반박할 수 있고, 충분히 논리적이라면 설득이 가능하다.

 

Q4. 더 나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조언 좀 부탁드려요!

A. 누구한테 조언을 할만큼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자기 디자인에 대해서 articulate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자기 디자인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격이 들어왔을 때도 논리적으로 반박을 할 수 있고 내 디자인으로 설득이 가능하다.

의외로 이 부분을 잘 못 하는 디자이너들이 꽤 많다. 아까 말했듯이 글쓰기와 디자인은 생각을 표현해낸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 유저 시나리오도 좋고 유저 스토리도 좋으니 생각을 글로 많이 표현해보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될 듯하다.

두 번째로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디자인하면 좋겠다. 물론 이 말이 씨도 안 먹히는 회사도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스크린을 계속 보고 있다고 좋은 디자인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툴을 잡고 씨름할 시간에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생각을 더 해보기를 권한다. 오히려 디자인에 대한 논리를 더 세울 수 있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뉴욕 10년차 디자이너가 되었는가?

두 번째로는 삼성, 니콜로디엄, 시티뱅크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디자이너로도 오랫동안 일하면서 쌓아 온 미국 취업 노하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Q1. 커리어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A. 처음에는 편집디자인을 주로 하다가 그래픽 디자이너, UI 디자이너를 거쳐 지금은 스마트 홈 관련 프로덕트 디자인을 하고 있다. 디자인 스킬이 늘었다기보다는 디자인의 영역을 조금씩 확장하며 온 것 같다. 몇 년 전에만 해도 프로젝트가 종료되어도 10개월이나 뒤에 런칭되는 일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많은 회사들이 애자일 프로세스로 옮겨가면서 에이전시에 맡기기보다 인하우스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편이다.

프리랜서는 본인 하기에 따라 시간적 금전적으로도 더 여유로울 수 있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프리랜서일을 딱 정해진 시간만큼만 일하고 시간당 보수를 지급받기 때문에 초과근무나 스콥이 늘어나는 경우, 보수를 다시 계산해서 받는 편이다. 프리랜서의 단점으로는 직장동료가 없기 때문에 프로젝트만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는 협업하는 더 과정이 많고 제품개발에 더 깊이 참여할 수 있어서 좋다.

 

Q2. 미국에서는 채용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나요?

A. 미국에서 면접프로세스는 회사마다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보통 이력서가 통과되면 전화인터뷰로 이력이나 포트폴리오에 대해 질문한다. 전화 인터뷰를 통과하면(여러 번일 수 있음) 마침내 온사이트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보통 하루 종일 걸린다.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Design exercise를 하고 모든 팀 멤버들과 토론을 벌인다. 점심도 함께 먹으면서 가치관이나 문화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매니저, 디렉터 또는 CEO가 돌아가면서 일대일 면접을 갖는다.

모든 팀원들이 동의해야 채용이 결정된다. 함께 일을 하는 사람을 뽑는 과정이기 때문에 팀원 중 한 명이라도 채용에 반대하면 왜 반대하는지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다. 그렇게 해서 보통은 만장일치가 되어야 채용프로세스가 끝이 난다.(말하고 보니 엄청 빡센 것 같기도…)

 

Q3. 자주 하는 면접 질문이 있나요?

A. 질문을 워낙 오가기 때문에 자주 하는 면접 질문이 있다기보다는, 그 사람이 하는 질문이나 대답이 유저 센트릭하냐를 가장 많이 본다.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어떤 가설을 가지고 어떤 메소드를 가지고 접근하여 해결하려고 했는지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 논리가 서 있지 않으면 순식간에 유저에 대해 고려해보지 않은 사람 취급(좀 센말이지만 대답을 못 하면 자기가 그렇게 느끼게 된다)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자신만의 디자인 프로세스와 논리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앞의 인터뷰에서도 강조했지만, 자신의 디자인과 프로세스를 글로써 논리정연하게 풀어보는 연습을 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Q4. 성공적인 이직을 위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A. 10년 동안 많은 회사를 옮겨 다녔지만 아직도 이직하는 과정이 쉽게 느껴지지는 않다. 특히 미국은 전화 인터뷰부터 온사이트 면접까지 채용 프로세스가 길고 힘들기 때문에 처음에는 익숙지 않을 수 있다. 아쉽지만 지름길은 없다. 많이 지원하고 인터뷰를 보면서 요령을 터득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면접을 잘보고 합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터뷰는 나도 회사를 평가하는 자리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종일 면접을 보면서 함께 얘기해보면 그 팀과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 수 있다. 그것이 본인의 커리어 방향, 추구하는 디자인과 싱크가 맞는지 꼭 잘 따져보자.

 

Q5. 다음에 일하고 싶은 회사나 지역이 있나요?

A. 스마트 홈 관련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서 Nest라는 스마트 홈 테크 회사에서 한번 일해보고 싶다. 굉장히 깔끔한 제품 디자인과 UI를 추구하는 회사이다. 직장을 옮기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지만, 오피스가 샌프란시스코에 있어서 오랫동안 살았던 뉴욕을 떠나는 것이 좀 문제긴 하다. 테크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다면 요즘은 샌프란시스코, 뉴욕 이외에 텍사스에도 좋은 테크 기업이 많으니 indeed.com이나 glassdoor.com에서 검색해보면 좋을 것 같다.

 

Q6. 마지막으로, 더 성장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나요?

A. 회사일 말고라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길 추천한다.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하고 나서 꾸준히 1시간 정도는 집에 와서 뭐든지 디자인해보는 편이다. 꼭 실무가 아니라도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노력이라고 하기까지는 거창하지만 디자이너라면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와 좋은 디자인을 가진 제품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당연한 것 같다. 업계나 새로운 제품에 대한 소식이 궁금하다면 fastcodesign.com을 추천한다.

원문: 킹홍의 브런치